황령산 전망대는 두어 번 가 본 적이 있었는데
야경을 보러 가본 적은 없었다.
지도를 찾아보니 최대한 가까이까지 버스를 탄 후 한 30분 정도만 걸으면
도착한다고 나왔다.
부산에 있는 동안 한번은 가보고 싶었기도 해서
친구가 온 김에 야경을 보러 가기로 결정.
먼저 광안리 해수욕장 산책을 한 후
노을과 야경을 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시간대에 맞춰
먼저 경성대 뒤쪽으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곳까지 갔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 산길을 올라갔다.
시작 부분은 나무나 돌로 많이 정비되어 있는 길이었다.
약수터 비슷한 곳들도 있고 정자도 있다.
근처 아파트 주민들 가볍게 운동하기 좋을 것 같다.
아직 날씨가 추워지기도 전 11월이었고
지도앱에서 봤을 때 30분 정도로 나와서 사실 만만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도에 표시된 대로 계속 걷고 걸어도
이상하게도 정상은 너무 멀었다.
한참이나 왔는데 여전히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오랜만에 가파른 산길을 걷는 게 새삼 힘들었다.
헥헥대며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등 뒤로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노을이 질 즈음엔 정상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갈 길이 먼 상황.
노을은 아름다웠지만 노을이 지고 나니 당연히 금방 깜깜해졌다.
여긴 산 한가운데고 당연히 가로등도 없다.
여기까지 와서 다시 왔던 길을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겨우 겨우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지도를 따라 걸었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지도와는 다른 길을 걸어 한참을 가고서야
좁고 험한 길을 지나 원래의 코스인 것 같은 길에 닿았다.
큰 길이 나오고 마음이 어느 정도 놓일 때까지
보이는 건 없고 길을 좁고 험하고 사람은 아무도 없고
걷는 건 너무 힘들고 뭐 까딱하면 조난 당할 것 같은 느낌ㅎㅎ
혼자 왔으면 진짜 울 뻔ㅎㅎ
정상의 불빛이 가까워 오고 드디어 포장된 길이 나왔다.
봉수대에 도착.
선명한 야경이 확 들어왔다.
탁 트인 풍경이 좋긴 한데 너무 너무 추웠다.
정상의 체감온도는 한겨울.
오돌 오돌 떨면서 한참 야경을 본 후
주차장으로 내려왔는데 문제는 어떻게 돌아가느냐였다.
콜택시를 부른다 해도 여기까지 올 리가 없다.
여러 번 호출을 해 봤는데 역시나.
내려가는 사람한테 부탁을 해야 하나 한참을 쭈뼛거렸다.
우리 둘 다 성격이 내향이라 이런 부탁을 하는 게 너무 어렵다ㅋㅋ
그렇게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택시 한 대가 올라오는 게 보였고 반가운 마음에 내려가시냐고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한 커플이 택시를 타고 올라왔는데
야경을 보는 동안 기다렸다가 다시 타고 내려가려고 했던 거였다.
다행히 그 커플이 야경을 보는 동안 산 아래로 태워주시겠다고 해서
겨우 다시 광안리 근방으로.
나이스 타이밍ㅋㅋ
야경은 멋지고 가끔 산을 오르는 것도 뭐 좋은 일이지만
다시는 걸어올라가지 말아야지 생각이 들었다ㅋ
등산을 그래도 아예 안 해 본 편은 아닌데
거의 동네 뒷동산 가는 느낌으로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더 힘들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도에 나와 있는 시간은 오르막일 때는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거!
정확하게 얼마나 걸렸는지 체크를 못했는데
한시간 반 정도는 걷지 않았나 싶다.
이제 황령산 야경에 미련이 없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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