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다 할 줄 아는데 나만 수영을 못 했다.
여름에 바닷가에 놀러가면 다들 수영을 하고 나는 튜브를 타거나 허리까지만 담그고 놀았다.
그러면서도 수영을 배워야겠다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가끔 가족이나 친척이 이렇게 하면 물에 뜬다 한두 마디로 가르쳐준 적이 있긴 하지만
몸에 힘을 빼는 게 쉽지 않았다.
가끔씩 튜브가 뒤집어지거나 해서 물에 얼굴이 빠졌을 때
코에 물이 들어가는 느낌, 물 먹는 느낌이 너무 너무 싫고 무섭기만 했다.
수영을 못 해도 사는 데 불편한 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냥 굳이 배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마흔이 넘어서 문득 수영에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수영장이 있는 곳에선 발만 담그고 있던 기억이 나면서
이후에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여행할 수 있게 되면
넓은 수영장에 들어가 자유롭게 물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경험이 하고 싶어졌다.
물론 수영은 또 안전이나 생명이랑도 직결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배워둬서 나쁠 게 없다.
몇 번 수영을 꼭 배워 놓으라는 얘길 엄마가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수영장을 다닌다고 하니 잘 했다고ㅎㅎ
아직도 물에 안 뜨냐고 깔깔 비웃긴 했지만ㅋㅋㅋ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공공 수영장이 있다.
부산에 있을 날이 그리 오래 남진 않았으니까 부산에서 할 수 있는 건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수영을 배우게 한 이유 중에 하나이다.
코로나 때문에 다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샤워실을 사용할 수 없고
수영 수업 듣는 사람들만 샤워실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덜 복잡하기도 하다.
첫 수업 때 쭈뼛쭈뼛, 수영 처음 배운다고 아예 못 한다고 얘기를 하고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거의 평생을 물을 무서워했으니까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마음을 먹고 보니 생각만큼 어렵진 않았다.
물 속에 얼굴을 넣고는 반사적으로 숨을 꾹 참았는데
숨을 참으면 안 되고 내쉬라고 했다.
물 속에서 숨을 내쉬니까 한결 편하고 덜 무서웠다.
물에 적응을 해가고 있다.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물을 먹기도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다.
팔을 신경쓰면 다리가 엉망이 되고 다리에 신경 쓰면 팔이 제대로 안 되고
아직 그런 상황이긴 하지만ㅎㅎ
칼로리 소모는 엄청 많지만 다른 운동에 비해 할 때 힘들거나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물 속이어서 땀이 나는 느낌은 없지만
어느 정도 물에서 움직이다 보면 얼굴에 열감이 확 느껴진다.
수영하고 있을 땐 모르겠는데
끝나고 나올 땐 힘이 쪽 빠지고 배가 엄청 고파온다.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음식에도 특별히 신경쓰고 있지 않지만
몸무게가 아주 조금씩 빠지고 있다.
정말 싫은 것 중 하나는 샤워를 해도 여전히 온 몸과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락스냄새.
수영하다 그 물을 꿀꺽했을 때의 그 찝찝함이란ㅠㅠ
수영장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게 그렇게 귀찮을 순 없지만
다음달도 또 등록해야지!